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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

4월 재보궐선거, 그 의미를 되새겨라

지기유 2021. 1. 10. 23:49

 

 

 2021년이 밝았다. 원래대로라면 작년 4월에 있었던 총선 이후, 2022년 3월에 있을 대통령선거까지 눈에 띄는 국정선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나, 작년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범죄로 인한 사퇴, 동년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 의혹으로 인한 자살사건으로 대한민국 제1, 제2의 도시의 수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올해 4월에 있을 재보궐 선거 역시 판이 커지게 됬다. 예년 같았음 시의원이나 도의원, 기껏해야 기초자치단체장 몇명 뽑고 말았을 재보궐 선거가 대선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커지게 된 것이다. 

 야권은 이번 재보궐선거를 재집권의 발판, 문재인정부 심판을 내세우며 한껏 신이 난 분위기다. 그럴법도 한게, 17년도 대선, 18년도 지방선거, 그리고 이길거라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작년 총선도 말아 먹으며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이번 선거로 살아나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야권 여러 인물들이 너도 나도 출마 선언을 앞다투고 있지만, 영 맘에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야권은 이번 재보궐선거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야권 여러 후보들은 어떻게 하면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어떤식으로 단일화를 해야할 지 등등 선거공학에만 메달리고 있을 뿐, 후보 개인개인의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재보궐선거의 계기가 됬던 권력형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정책은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이번 선거가 시행되는 이유를 망각해버린 채, 오로지 이길 생각에 신이 난 모양새다. 

 권력형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선, 원천적인 조직문화 개선과 처벌 강화에 있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성희롱, 성범죄를 저질러 신고를 해도 되려 피해자에게 부당한 대우가 가고, 직장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유명무실한 사내 고발기관 등을 혁신하고, 가해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박탈하는 등의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다. 또한 조직 내에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조직개편 및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보수적인 사상을 가진 고위 공직자부터 시작해서 임용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공무원까지, 여성 인식 개선을 위한 주기적인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성범죄 뿐만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혐오발언, 비하발언의 처벌 등, 성범죄의 뿌리부터 잘라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이번 선거가 권력형 성범죄에 의해 치뤄지는 선거인 만큼, 여성을 위한 정책이 우선되는 선거가 되었으면 했는데...

 결국, 야권에게 권력형 성범죄란 '재보궐선거의 기회를 제공해준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듯 보인다. 그저, "쟤네들 저런 짓 저질렀으니 뽑지 마세요~~" 라는 메시지 밖에 보이지 않는 건 왜일까? 거기에 '남성의 성범죄에 의해 여성이 피해를 본 사건' 에 의해 일어나는 선거임에도 가해자와 비슷한 나이대의 중장년층 보수성향 남성들이 시장이 되겠다고 나선다. 애초에 보수정당의 성향 자체가 안티페미니즘을 내세우고 있고, 지지층 또한 그에 동조해 넷상에서 여성혐오 발언을 내뱉고 있기에 별 기대를 안하면서도 후보들이 낼 공약에는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었는데, 헛된 망상이였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들은, 여성인권을 위해 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 

 

 요즘 정치뉴스를 보면, 참 한숨만 나온다. '권력형 성범죄' 라는 선거발생 이유를 생각해서 언론에서도 그에 맞는 보도를 해줘야 하는데, 언론은 이번 선거를 정부 지원(악) vs 정권 심판(선) 의 구도로 프레임화하고, 이 외엔 일절 보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럴 때일 수록,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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