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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버린 인연에 목숨걸지 말 것. 본문

일상

끝나버린 인연에 목숨걸지 말 것.

지기유 2021. 1. 27. 23:03

 몇날며칠을 인간관계 때문에 앓아누웠다. 

 나에게 인간관계는 정말 어렵다.  나는 정말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모든 마음을 쏟아부어 가며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데, 그 사람들은 학교가 달라졌다는 이유로, 안본 지 오래됬다는 이유로, 아님 모종의 이유로 하나 둘 내 주위를 떠나가는 것이였다. 그래도 내 딴에는 그래도 친구였으니, 한때는 함께 울고 웃던 친구였다는 이유로 못만난지 몇년이나 된 친구의 생일을 기억해 축하메시지를 보내거나 기프티콘을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을 함으로써 나는 나름대로 인간관계를 잘하고 있는거라 생각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근데 며칠전부터 이 문제로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기프티콘을 쏘고, 먼저 카톡을 보내 근황을 물어도, 내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인간관계라는 게 대가를 바라고 하면 안되는 것이라지만, 내가 쏟아부은 노력에 비해 그 친구들은 나에게 해주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나처럼 선물까진 아니더라도, 문득 기억이 날 때 선톡 한번, 아니면 근황이라도 물어봐주는 것. 그 친구들은 이마저도 안한 것이다.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선톡을 하고 생일 축하를 해주고 선물을 줘도 그들이 나에게 무관심했던 건, 그들 스스로가 나를 이미 끝나버린 인연이라 상정해 버렸기 때문이란 걸. 이걸 깨닫는데 왜이리 오랜시간이 걸렸던 걸까? 내가 혹시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사이에 그들은 나라는 존재를 깔끔히 잊고 새 인간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오랜만에 휴대폰 전화번호부, 카톡친구창을 싹 정리했다. 1년이상 연락을 하지 않던 수많은 사람들의 번호와 카톡 프로필을 지웠다. 한결 보기에도 깔끔해졌다. 싹 정리하고 보니 20명 언저리 되는 사람들이 남았다. 현재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제, 남아있는 인연들에게 진심을 다해 베풀되, 다가오는 인연에게 역시 망설임 없이베풀 생각이다. 지금 해야할 것은,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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