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

내가 당했던 학교폭력. 본문

일상

내가 당했던 학교폭력.

지기유 2021. 2. 24. 01:46

저는 중학교 1학년 시절, 지금도 씻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은 학교폭력을 당했습니다. 2011년, 길고 외로웠던 그 시절을 오랜만에 다시 떠올려볼까 합니다.

- 오후 청소시간이였습니다. 제가 맡고 있던 역할은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교실 바닥 구석구석을 닦는 역할이였는데, 반에서 소위 ‘일진’ 이라는 아이 한명이 청소를 하고 있던 저를 ‘지나다니는데 방해가 된다’ 는 이유로 오른쪽 정강이를 세게 걷어찼고, 저는 그대로 주저앉아 아픈 부위를 붙잡으며 아무말도 못한 채 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저를 도와주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 한 학생에게는 몇날며칠, 거의 한학기 넘게 ‘이유없이’ 맞았습니다. 그 학생 딴에는 ‘말 안하고 답답하니까’ 라던가 ‘맨날 울기만 하니까’ 라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폭행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이유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하루는 폭행 사실을 담임선생님께 모두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학생에겐 고작 체벌만이 있었을 뿐, 그 외에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저에게 돌아오는 건 그 학생의 ‘보복성 폭행’ 뿐이였습니다.

- 영어 시간이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영어 문제를 맞힐 때 마다 맞힌 학생에게 소정의 과자(엄마손 파이로 기억)를 주는 포상을 하고 계셨는데, 어느 날은 기쁘게도 제가 문제를 맞춰 과자를 받게 된 것이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마침 수업종료 시간이 다가와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남은 과자 하나를 저에게 더 주셨는데, 저는 신이 나 과자 두개를 그자리에서 모두 먹어버렸습니다.
그러자 한 학생에 제게 다가와 ‘내 과자는?’ 이라고 묻는 것입니다. 제가 문제를 맞춰 탄 과자를 왜 ‘내 과자’ 라고 부르는 지 어이가 없어 그냥 ‘먹었는데?’ 라고 말했는데, 그 순간 그 아이가 주먹으로 제 명치를 가격했습니다. 제가 숨이 막혀 고개를 숙이고 있자, 그 아이는 제 옆구리 부분을 계속 폭행해 저를 구석으로 몰고 가, “앞으로 과자 같은 거 받으면 다 내꺼다” 라고 말하며 저를 겁박했습니다. 옆에서 말리던 아이의 말이 더 가관이였는데, “한대만 더 때리고 이제 그만 때려” 였습니다. 네, 저어어어엉말 고맙네요ㅎ

이 밖에도, 저는 반에서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습니다. 제가 폭행을 당해도 반 학생들은 본 채도, 들은 채도 하지 않았고, 담임선생님께 피해사실을 말해도 반 친구들에게 받은 건 사과가 아닌 ‘왜 말했냐’ 는 핀잔과 멸시뿐이였습니다.
그때의 저도 참 바보같았습니다. 피해사실을 그저 담임선생님깨 말할 뿐이였고, 용기도 없어 부모님이나 상부에 말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저에게 폭행을 가했던 학생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채 평범하게 학창시절을 보낸 뒤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했을텐데... 라는 식의 뒤늦은 후회뿐입니다. 아픈 기억이지만, 여기서 더 성장했다면 된거다... 하고 넘기는 수 밖에 없겠죠.. 벌써 10년전의 기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