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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
군대에서 있었던 일을 써 볼까 한다. 나는 2018년 8월 입대 후 2020년 3월까지의 군생활을 마쳤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은 순탄지가 않았는데, 내성적이고 행동도 굼뜬 편이라 잘 적응하지 못했었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갖지 못했고, 가끔은 부대원과 마찰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전역했다. 내 군생활은 철저히 실패했다. 이러한 군 생활에도 추억은 있다. 2018년 9월, 훈련소 수료를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기 전 닷새정도 모르는 훈련병과 지내는 과정이 있었다. (보충중대 개념) 훈련소에서 잘 지내나 싶었는데, 수료 후 뿔뿔이 흩어져 눈 앞에는 모르는 사람들만 있었다. 소극적인 성격 탓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고 자잘한 실수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때 내 옆자리에 있는 훈련병이 나를..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옛것은 점점 쉽게 잊혀진다. SNS에서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 콘서트를 한다기에 시간 맞춰 봤는데, 세상에. 그동안 잊고 지냈던 많은 가수들이 나와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다. 예전에 블로그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음악은 추억을 담는다’ 고... 그 말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자, 노래가 좋네 나쁘네를 떠나 그 당시의 내 모습과 상황들이 떠올랐다. 그때의 내 모습은 어땠고, 무엇을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기분좋은 추억들이 되살아나 행복해졌다. 어디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뉴트로나, 숨듣명 같은 추억팔이가 늘어 나는 건 녹록치 않은 현상황을 회피하고자 하는 기저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대부분 맞다고 생각하나, 나는..
어제는 근 두달만에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냈다. 두달동안 못봤으니, 얼굴이나 보고 밥이나 먹자는 이유. 번화한 시내에 있는 피자집에 가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서로의 근황, 실없는 게임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딱히 하는 게 없더라도,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 편해지는 친구들이다. 밥을 다 먹고는, 살 책이 있어 서점에 들렀다. 소설책 한권을 사들곤 밖으로 나왔다. 자, 이제 뭘하지? 처음엔 코인노래방이나 피시방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뭐, 솔직히 말해 내 또래 남자애들에 갈 곳이 그곳밖에 더 있을까... 하지만 이번엔 사양했다.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코로나19 감염이 발목을 잡았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간 끝에, 나온 결론은 ‘산책’ 이였다. 매일 걷..
문득 과거를 떠올려 보았다. 까마득하게 오래된 일들은 넣어두고, 내가 나만의 감정을 가지고 생각하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자면, 내가 지금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기억들의 대부분(90% 이상)은 후회라는 감정이 뒤섞여 있다. 아무리 좋은 기억이였다 하더라도, 끝부분에 후회가 꼬리처럼 달려있는 느낌이다. 이거, 나만 그런건가? 그래서 아무리 좋은 추억이라도 요즘은 과거회상을 잘 안하게 된다. 전역하면 힘들 때마다 군대에서 썼던 일기를 보며 마음을 다잡자는 다짐을 하곤 했었는데, 그 다짐도 공허가 된지 오래다. 사람들은 추억속에는 반드시 후회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정녕 후회없는 추억은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 나는 주로 선택에 대한 후회를 많이 한다. 무언가를 더 하지 못해 아쉬움이 ..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들었던 시기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애써 생각해 내는 게 아니라, 한 음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그때의 감정, 생각, 시대의 분위기가 떠오른다. 우연히 재생한 곡이였는데 추억에 젖어 한참을 헤어 나오지 못한 적도 많다. 음악에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난 이후엔, 새로운 음악을 들을때면 이 음악엔 어떠한 추억이 담길지 내심 기대가 된다. 추억을 남기는 방법엔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쓰는 법도 있지만, 좋아하는 음악에 추억을 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하다.
오늘로 딱 2년 되는 날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빡빡 깎은 머리로 훈련소에 입소한 그 날. 잠을 못잔 것 같지는 않았다. 새벽 1시 반 쯤 잤던 걸로 기억하는데, 평소엔 새벽 서너시에 잤으니 평소보다 일찍 잔 것일수도. 어쨌든, 아침 일찍 일어나 만반의 준비를 했다. 전날 다 싸 놓긴 했는데, 또 뭐 안싼 건 없는지... 기차안에선 노래를 원없이 들었다. 안에 들어가면 듣고 싶어도 못들을테니. 쓰지 못할 휴대폰도 몇번이고 어루만졌다. 긴장될 법도 한데,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생활하며 훈련을 받게 될 공간이 어떤 곳인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 곳인지 궁금해 빨리 가고 싶었다. 들어가기 전 식당에 들러 밥을 먹고 카페에 들러 음료수도 마셨다. 모든 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밥이 목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