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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8년 8월 6일, 그날을 추억하며.

지기유 2020. 8. 6. 01:48

 

입대하는 날 기차안에서 찍은 한강사진.

오늘로 딱 2년 되는 날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빡빡 깎은 머리로 훈련소에 입소한 그 날.
잠을 못잔 것 같지는 않았다. 새벽 1시 반 쯤 잤던 걸로 기억하는데, 평소엔 새벽 서너시에 잤으니 평소보다 일찍 잔 것일수도. 어쨌든, 아침 일찍 일어나 만반의 준비를 했다. 전날 다 싸 놓긴 했는데, 또 뭐 안싼 건 없는지...
기차안에선 노래를 원없이 들었다. 안에 들어가면 듣고 싶어도 못들을테니. 쓰지 못할 휴대폰도 몇번이고 어루만졌다.
긴장될 법도 한데,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생활하며 훈련을 받게 될 공간이 어떤 곳인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 곳인지 궁금해 빨리 가고 싶었다.
들어가기 전 식당에 들러 밥을 먹고 카페에 들러 음료수도 마셨다. 모든 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밥이 목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드디어 입소. 모든 행사를 끝내고 가족들과 이별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행사가 끝난 뒤 한번 더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럴줄 알았음 더 크게 인사를 했어야 하는데.
들어와선 생활관에 앉아 기다렸다. 나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남자애들 수십명이 아무말 없이 앉아서 기다렸다. 초조함, 불안감, 그리고 어색함. 모두 같은 마음이였겠지... 이윽고 해가 지기 시작했는데도 집에 가지 못한 채 있어야 하는 내 처지를 보고 그제서야 입대했다는 체감을 했다.


첫날은 정말 바쁘게 흘러 지금은 기억에 잘 남아있지 않다. 아침부터 입소 전까지 가족과 함께했던 기억은 생생한데, 입소뒤의 기억은 없다. 아마 이리저리 방황하고 피곤해 쓰러져 잤던 것 같다.

입소 며칠뒤부턴 불침번 근무도 섰는데 그 기억은 생생히 남는다. 가족, 친구들도 보고싶었고, 시간도 시간인지라 배도 고파 치킨생각이 났다.

훈련소에서의 기억은 내 인생에 얼마 되지 않은 ‘보람찬 기억’ 으로 남아있다. 편히 쉬지도 못하고, 힘든 훈련도 계속 되고. 먹고 싶은 것 못먹고 보고싶은 사람도 보지 못했지만, 그만큼 수료식때의 희열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내 인생에 그런 반짝이는 시간이 있었다는 게 자랑스럽고 뿌뜻하다. 다신 오지 않을 그때를 그리며 모처럼 추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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