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다짐 (7)
아르카디아
작년에, 그러니까 군대에 있을 적에 외출을 나가 간단하게 본 영화 한 편이 있다.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 원작의 '막다른 골목의 추억'. 그 당시에는 그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기에 본 영화이고, 다 보고 나서도 '잔잔하고 감동적인 영화였네' 그 이상 그 이하의 감정은 들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온지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 이 영화의 내용이 뇌리에 스쳐 지나가며 나를 위로해줬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일 때문에 나고야에 있는 애인 태규를 만나러 간 유미는 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음을 알게 된다. 뜻하지 않은 이별에 낯선 도시를 방황하던 유미는 우연히 막다른 골목에 위치한 카페 '엔드포인트'에 들어선다. 유미는 그곳에서 카페 주인 니시야마와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피곤하다고, 바쁘다고 나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 끝나면 침대에 드러누워 폰질하기 바쁘고, 그대로 잠들어 버리면 하루가 금새 끝난다. 이러한 하루의 연속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는 도무지 할 수 없고, 할 의지도 나지 않는다. 오늘부터, 자기전 한두시간 정도는 폰을 끄고, 책상에 앉은 채 창조적인 시간을 갖고 싶다. 책을 읽는다던가, 전공이나 컴활공부를 하던가. 수필이나 소설같은 글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필사나 소리내어 책읽기와 같은 실없는 것이라도 좋으니 ‘생각을 할 시간’ 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폰을 딱 끄고 책상에 앉아 무엇이라도 해 봐야겠다. 오늘은 간단한 공부를 해 볼까 한다. 수업 복습, 그리고 예습. 또 한동안 컴활 공부도 안했는데 오늘 살짝 들여다..
복학 후 2학기가 시작된지 3주째... 그 동안 개강만 했지 강의는 전면 비대면 화상 강의로 진행돼 학교에 갈 일이 없었는데, 이번주에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됬다. 학교에 가는 건, 재작년 6월 휴학을 한 이후로 자그마치 2년 3개월만이였는데, 가는 길을 잊진 않았을까, 했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좋든 싫든 휴학 전까지 1년 반동안 질리도록 타고 걸었던 통학길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바라봤다. 익숙한 듯, 낯선 풍경들이 참 색달랐다. 바로 어제 본 듯 생생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낯섦에 신선한 감정을 느꼈다. 이 익숙한 풍경들이 2년 3개월만에 처음이라니. 이 감정은 학교에 도착해서도 느껴졌다.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과는 다름없는 풍경을 보여줬다. 너무도 ..
오늘부터 복학 신청이 가능해 인터넷으로 신청했다. 잊고 있었던 내 학번, 과목들, 그리고 교수님의 성함 등, 잊혀져 있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올라와 학교에 갈 날이 머지않았단 것이 실감이 난다. 개강은 8월 31일이다. 2년 2개월만에 하는 등교인데, 다행히 학교 가는 길은 머릿속에 남아있다. 입대 전 1년 반동안 거의 매일 통학을 하면서, 그것만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중고등학교때는 개학이나, 새로운 반으로 이동 할 때 마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 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 이런 상황을 맞으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무던하다. 군대에서, 입대라는 불안, 설렘. 그리고 자대 배치는 어떻게 받을 지, 어떤 사람이 있을지, ..
힘이 들 땐 잠시 쉬어가도 좋다. 긴 문장엔 반드시 쉼표가 필요하듯, 내가 사는 인생에도 가끔씩은 쉼표를 찍어줄 것. 하지만 쉼표라는 것이 무조건 쉬기만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내가 달려왔던 길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그게 쉼표의 역할이다. 쉬는 기간이 길어진다고 조바심 낼 필요도, 너무 짧다고 투정 부릴 필요는 없다. 요즘 같이,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일상속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쉼표의 의미니까. 힘든 일이 있었다면 충분히 화내고, 슬퍼하고 보내주자. 기쁜 일이 있었다면 가슴에 품고 함께하자. 감정에 미련이 남지 않게 충분히 느낀 후 다시 시작하자. 스케치북에 그림을 다 그려 공간이 부족하면 뜯어..
요즘엔 꿈을 꾸면 항상 군대에서 있었던 일(재입대는 아님), 가끔은 고등학교때 있었던 일이 나온다. 그게 너무나도 생생해서 꿈 안에서 그립다는 감정을 느낀다. 그러다 꿈에서 깨고 나면 ‘또 이런 꿈을 꿨네’ 하는 생각이 든다.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다. 불안하고 알 수는 없어도, 꿈은 항상 미래를 향해 있었다. 두근거림, 설렘, 때로는 불안과 공포. 하지만 지금은 후회와 그리움, 추억. 이 뿐이다. 내가 지금 정체되어 있는 것을 안다. 전역 후 별다른 일 없이 집에 머무르며 공부나 끄적끄적, 블로그에 글 몇개 남기는 게 다인 요즘 생활에서는 당연히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이다. 이제 다음달 말이면 학교에 간다. 그래도 다시 학교에 가고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서서히 잊혀져 가겠지. 지금은 인생에 다신..
지금 나의 신분, 건강상태, 평판... 들은 언제든, 당장 내일이든 바뀔 수 있다는 것 오늘은 평범했던 내가 당장 내일 범죄자가 될 수 있고 당장 내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당장 내일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다만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뇌근육에 힘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자.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지, 범법행위가 되지는 않는지 수 없이 검열하고 고쳐 나갈 것. 평범하게 살고 싶다면 그에 대한 책임과 노력을 다 할 것. 만에 하나 죄를 저질렀을 때에도 피하지 않고 죗값을 정당히 치를 것. 피해자가 이제 됬다고 할 때까지 사죄하는 노력을 보일 것. 평생 마음에 담아 두며 자책할 것.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2020.7.10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