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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년 3개월만에 대면강의한 후기

지기유 2020. 9. 23. 20:58
익숙한 하늘


복학 후 2학기가 시작된지 3주째... 그 동안 개강만 했지 강의는 전면 비대면 화상 강의로 진행돼 학교에 갈 일이 없었는데, 이번주에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됬다.
학교에 가는 건, 재작년 6월 휴학을 한 이후로 자그마치 2년 3개월만이였는데, 가는 길을 잊진 않았을까, 했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좋든 싫든 휴학 전까지 1년 반동안 질리도록 타고 걸었던 통학길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바라봤다. 익숙한 듯, 낯선 풍경들이 참 색달랐다. 바로 어제 본 듯 생생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낯섦에 신선한 감정을 느꼈다. 이 익숙한 풍경들이 2년 3개월만에 처음이라니. 이 감정은 학교에 도착해서도 느껴졌다.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과는 다름없는 풍경을 보여줬다. 너무도 똑같은 모습에 소름이 끼칠정도.
강의실의 모습은 조금 달라졌다. 리모델링으로 인해 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새로워졌고,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인지 새 건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곳에 앉아 첫 강의를 들었다. 건물만 바뀌었지 교수님들은 다 그대로였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하나같이 마스크를 쓴 모습. 정말 기쁘게, 교수님 한분이 내 얼굴을 알아 보시고 등을 토닥여 주셨다.
한가지 많이 달라진 게 있다면, 그건 당연하게도 학생일 것이다. 처음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함께 했던 친구들(특히 여자 아이들) 은 온데간데 없었고, 나보다 한두살 어린 친구들이 강의실을 이루고 있었다. 나 같은 17학번 복학생들을 간간히 눈에 띄었는데, 새로운 얼굴과 익숙한 얼굴들이 함께 한다는 괴리감에 무언가의 격세지감을 느꼈다. 군대에서 보낸 시간이 참 길긴 긴가보다. 나이만 먹었지, 난 아직 2학년이다.
집에 오는 길에도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심지어 2년 3개월 전에 느꼈던 통학의 애환마저 그대로였다. 기다림과 지루함의 연속. 앞으로 한학기동안 잘 감당하자...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을 뇌에 되새겼다. 비대면 강의 때는 집에서 컴퓨터나 켜서 강의를 듣던 게 다였지만, 직접 학교에 가서 교수님 얼굴도 뵙고 다른 친구들 얼굴도 직접 보니, 확실히 받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12월까지, 쉴 새 없이 달려야 한다. 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의 이 기분을 확실히 기억해두고, 달릴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자. 피곤하고 힘들겠지만, 그동안 쉰 것을 생각하며 눈 딱감고 달려보도록 하자. 오늘 참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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