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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후회없는 추억을 만드는 게 가능할까

지기유 2020. 9. 14. 01:37

문득 과거를 떠올려 보았다. 까마득하게 오래된 일들은 넣어두고, 내가 나만의 감정을 가지고 생각하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자면, 내가 지금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기억들의 대부분(90% 이상)은 후회라는 감정이 뒤섞여 있다. 아무리 좋은 기억이였다 하더라도, 끝부분에 후회가 꼬리처럼 달려있는 느낌이다. 이거, 나만 그런건가?
그래서 아무리 좋은 추억이라도 요즘은 과거회상을 잘 안하게 된다. 전역하면 힘들 때마다 군대에서 썼던 일기를 보며 마음을 다잡자는 다짐을 하곤 했었는데, 그 다짐도 공허가 된지 오래다. 사람들은 추억속에는 반드시 후회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정녕 후회없는 추억은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 나는 주로 선택에 대한 후회를 많이 한다. 무언가를 더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던지, 이 상황에선 이렇게 했음 더 좋은 결과를 낳았을텐데... 하는 후회들이나, 아니면 거기말고 저기를 가 볼걸, 이 영화말고 다른 영화로 볼걸... 하는 후회들. 이렇게 쓰고 보니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선택이란 행위를 아예 배제 시켜야만 할 것 같다. 음... 그럼, 나에겐 뭐가 남지?
이런 생각을 주욱 나열해보니, 나의 바람은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내가 스스로의 감정을 가지고, 내 자유의지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그 날부터 선택의 연속이였다. 의자에 앉을지 말지 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 부터, 이 사람과 만남을 이어가야 할지 말지의 문제들까지. 지금의 나는 내가 한 수많은 선택들의 결과물이다. 이제서야 비로소, 후회는 내가 품고 살아야 할 업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게 보니 추억속에는 후회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소리가 이해간다.
후회라는 감정도 내가 품고 되새길 수 있어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론 후회가 남는다 해서 과거를 외면하지 말고, 열린 가슴으로 마주할 수 있어야 겠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자기전에 일기장이나 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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