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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제에에발 그만들 좀 하세요

지기유 2020. 8. 26. 21:16

내 나이 스물셋... 이제 어리다고도 말하기 부끄러울 나이..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서 자꾸 나를 괴롭히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여자친구 있어?
-애인은 언제 만날거야?
-장가가도 되겠어~
-왜 안만나는 거야?

블로그니까 이 정도지 실제로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는다. 그렇다. 나는 23년동안 단 한번도 여자친구를 만난 적이 없는 ‘모태솔로’ 다. 내가 모태솔로라는 사실을 부끄러워 해 본적이 없다. 그렇기에 블로그에 내 의견을 밝히는 거고. 하지만 나이가 한살한살 늘어 갈수록, 정작 나는 괜찮은데 주위에서 걱정어린 시선을 주는 게 심히 부담스럽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모태솔로라고 해서 사회가 주는 걱정어린 시선, 모종의 편견들이 더 견디기가 힘들다. 지금 이 상태가 좋다. 오로지 나를 위해 돈을 쓸 수 있고, 나를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 어려서부터 나는 욕심이 많았다. 과자 하나를 사도 친구들과 나눠먹기 아까워 했고, 나 혼자 독차지하는 걸 좋아했다.
성장해 가면서 점점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주위에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갔고, 이 덕분에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의 세계를 맛볼 수 있었는데, 여기서 내가 느낀 점은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나에게는 무리’ 라는 것이였다.
주말마다 만나 데이트한다. 애인을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주말에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해야한다. 밤새 카톡을 나누고, 의무적으로 전화도 해야한다. 때로는 감정다툼도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남는 감정은 상처뿐이다. 헤어지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는 생각에 현타가 오고, 그동안 쓴 감정, 시간, 돈이 아까워지기 시작한다. 헤어지고 나면, 그와 지냈던 모든 시간이 흑역사가 된다. 더 나아가선 인생의 오점이란 생각까지도.
이 모든 걸 내가 감당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이윽고 ‘No’ 라는 결론이 나왔다. 단지 사랑한단 이유 하나만으로 겪기엔 리스크가 너무 큰 일이다. 뭐, 사랑에 빠지면 눈에 뵈는 게 없다는 소리도 있는데, 내가 사랑에 빠져 본 적이 없나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이런 리스크들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로를 사랑하는 모든 커플들을 보면 경외심마저 들 정도다. 내가 보기엔 사랑의 힘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만 들게 한다. 근데,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불쌍한 취급을 하지 말아줬음 한다. 삶은 사랑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사랑 말고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사랑과 연애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치들 중 하나일 뿐이다. 보편적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부모님께는 확실하게 말해 놨다.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처음엔 화를 내셨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를 해주신다. 나에게는 사랑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 나는 그것을 지켜 나가고 싶고, 나아가 세상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나는 나대로, 누군가를 위한 인생이 아닌 나를 위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사람들의 측은한 시선, 편견들은 내가 감다해야 할 문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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