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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코로나만 아니였다면 내가 갔을 여행지들

지기유 2020. 8. 16. 18:14

올해 1월이였다... 코로나가 한국에 상륙하기 전. 나는 전역만을 기다리던 말년 병장이였고, 꿈에 그리던 전역은 두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였다. 군생활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뭘 할지 전해놨는데, 그 1순위는 바로 여행이였다. 머릿속에 어디 갈지 순위까지 정해놨었는데, 때마침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두 흐지부지 됬다. 아니, 처음엔 몇달 안갈 줄 알았다. 3월쯤이면 가라앉겠지~ 했다. 다, 착각이였다.

첫번째 후보,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

시베리아 횡단열차
바이칼호
크렘린궁전

어릴 때 부터 항상 지도를 볼 때마다, 한국 윗쪽으로 나 있는 거대한 땅, 러시아에 흥미를 많이 느꼈다. 저 거대한 땅에는 무엇이 있으며, 사람은 어떻게 살고, 날씨는 어떻고... 조금 자라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라는 존재를 알게 됬고, 그것에 타 보는 걸 소원으로 삼았다. 군대에서 전역하면, 돈도 있겠다 시간도 있겠다, 이 모든 걸 이룰 절호의 타이밍이라 생각했지만...
만약 갔다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간 다음, 그곳 관광을 끝 마친 뒤 비행기로 돌아오려 했다. 덜컹덜컹 달리는 열차 객실 안에서, 친구들과 컵라면을 끓여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기차여행을 바랬건만.

두번째 후보, 일본 오사카-교토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도 이시국씨가 있었지만, 그냥 가려했다. 학교 전공도 일본어인데 써 먹을 데가 없어서. 러시아가 비싸다면 반발을 무릎쓰고 가려했다. 솔직히, 제일 유력한 후보지였다. 러시아는 비싸서 못갈수도 있다는 친구들이 몇몇 있어서.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가고, 오사카성이나 기요미즈데라 같은 유명 관광지도 가고, 쇼핑도 실컷하고 오기로 했지만,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코로나 사태가 끝난다 해도 전망은 밝지 않다. 애초에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였으니까. 일본의 아베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 입국제한을 실시했다는 게 확실한 가운데, 정권이 넘어가지 않는 이상 일본에 가는 것은 어려울 듯 보인다.

세번째 후보, 대만

정 일본이 안된다면 가려고 했던 곳이다. 경비가 비싸지도 않고, 즐걸거리는 많고. 최적의 여행지라 생각했다. 중국어는 못해도, 요즘 번역기 품질도 좋고 해서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다. 번역기도 안통하면 바디랭귀지가 있으니. 단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다면, 친구 한명이 치안을 가지고 발목을 잡았었다. 나는 괜찮다고, 한국보다는 아니지만 대만도 치안이 좋은 국가라고 설명을 해줬지만, 끝까지 못알아 듣더라. 후우. 그때 생각만 하면... 어쨌든, 갔으면 좋았을텐데.

마지막 후보, 대한민국 부산

최후의 수단이였다. 전역하는데로 이 지긋지긋한 한국 먼저 뜨고 싶다는 생각에 해외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점점 가능성이 희박해지니 결국 나온 답안이다. 근데 부산도 못갔다. 확진자가 만명을 넘을 줄은 몰랐으니까.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충청남도는 벗어나지도 못하고, 근처 펜션이나 다녀왔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건, 해외여행에 대한 로망은 포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글로 적어놓고,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모든 게 정상을 되돌아오면 못다이룬 꿈을 이룰 것이다.
그저 지금은 이 팬데믹 상황이 얼른 끝나길 빌면서, 일상에 지쳐 모든 게 하기 싫어져도 언젠가 올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수 밖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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