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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년 2개월만의 복학.

지기유 2020. 9. 2. 19:16

2018년 6월, 군입대를 하기 위해 휴학을 한지 2년 2개월이 흘렀다. 휴학을 할 때만 해도 복학은 머나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그래도 흐르긴 하나보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에 갔고,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휴학신청을 했다. 고깃집에서 종강파티도 했다. 그 해 8월엔 입대를 했고, 598일이 흘러 전역을 했다. 전역 뒤론 푹 쉬었다. 군대에서 쉬지 못했던 것에 대해 보상을 받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게는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가방을 메고, 전철을 타고 학교에 가 교수님,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보며 수업을 받는 게 당연하던 시대에서, 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캠을 통해 화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게 당연한 시대로. 분명히,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런데 학교의 체계는 새로운 시대를 따라 가기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 느꼈다. 저화질 화면, 버벅이는 화면과 음질 등은 차치하고, 체계 자체가 아직 완벽하게 변화하지 못한 것 같다. 화상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에 따라 수업을 퀄리티가 급격히 내려가거나 올라가고, 무엇보다 전파체계가 완벽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강의실에 다 모이게 하고 일괄 전파하는 간단한 방식이면 됬는데, 비대면 상태에선 플랫폼을 통해 일일이 전파를 해야하니 번거로울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긴 하다. 특히나 나는 오늘 전파를 받지 못해 휴강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수업 준비를 했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려 한다. 지금은 구시대에서 신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고, 그 과정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고. 생전 대면강의만 하다 코로나를 이유로 난생처음 화상강의를 하시는 교수님도 많을테니. 게다가 이런저런 헤프닝이 있긴 했어도, 무엇보다 학교에 오고가는 통학시간이 절약된다는 점은 정말 좋다. 집과 학교가 멀어 왕복 3시간이나 걸렸는데, 이 황금같은 3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었으니.
2년 2개월만에 다시 달리는 시간이다. 여러모로 혼란스럽겠지만 잘 적응하고 다닐 수 있도록 하자. 그동안 잘 쉬었으니, 지금은 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