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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이라는 이름의 항명

지기유 2020. 11. 15. 20:29

 

좀 뒷북인데, 더불어민주당의 금태섭 전 의원 이야기를 최근에서야 접하게 되었다. 학교 시험 공부니 과제니 바빠서 블로그에 들어올 시간도 부족했으니.
더불어민주당에서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10월 21일 민주당을 탈당했다고 한다. 그는 국회의원 임기 중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시처’, 일명 공수처 출범을 당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반대하던 사람이였다. 임기가 끝난 지난 5월 이후에도 SNS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표현해 왔는데, 당내에서의 갈등 끝에 탈당하게 된 것이다. 이를 언론과 보수야당에서는 민주당을 ‘민주당의 반민주적 독재’, ‘공산주의’, ‘입틀어막기’ 등으로 비판해왔고, 탈당한 금 전 의원에 대해서는 ‘소신파 정치인’, ‘민주투사’ 등으로 올려치기 하며 현정부에 대한 비판에 열을 가했다.
언론에서는 금 전 의원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소신’ 이라며 포장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금 의원은 애초에 민주당과 정체성이 맞지 않았다고 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민주당 출신 두 대통령인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를 갈고 출범 시키고자 했던 국정과제였다. 검찰의 권력 비대화, 기소독점주의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제기되어 오던 문제였고 두 대통령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수처 설치를 시도했으나, 검찰과 야당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렇다. 김대중 정부의 ‘새정치국민회의’ 때 부터 현 문재인 정부의 ‘더불어민주당’ 이 되기까지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공수처 설치는 민주당의 일관된 목표였던 것이다.
정당은 일관된 정치적 정체성과 입장을 유지하고, 그것을 실현하고, 나아가 그 정당의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 국정을 이끌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다. 근데 정작 그 정당 내에서 정당이 추진하는 정체성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 그 정당은 목표를 이룰 수 있겠는가?
한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나는 오늘부로 ‘국민의힘’ 에 입당에 정당활동을 하게 되었다. 거기서 나는 탈원전과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냈으나, 당 지도부에 의해 징계를 받게 되었다. 그럼 나의 행동은 ‘소신’ 일까? 아님 다른 무언가? 이 경우에도 언론의 칭송을 받게 될까?
결론은, 금태섭 전 의원은 애초에 민주당에 맞는 사람이 아니였단 것이다. ‘소신’ 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굳게 믿거나 생각하는 바’ 를 뜻한다. 좋다. 철새처럼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고 굳게 다짐하는 것. 하지만, 그게 조직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존망마저 위태롭게 한다면, 그 사람은 그 조직에 있을 필요가 없다. 비슷한 논리라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주체사상을 선봉하는 사람 또한 ‘소신’ 이라는 이유로 봐줘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 받고 말겠지.
금태섭 전 의원의 탈당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제 족쇄를 벗었으니, 금 전 의원이 추구하는 사상과 비슷한 정당에 입당에 마음껏 소신의 날개를 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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