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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의 나를, 기억한다. 본문

내생각

2014년 4월 16일의 나를, 기억한다.

지기유 2020. 8. 5. 15:24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고1이였고, 수요일이였던 고로 그 날도 어김없이 학교에 갔다. 유난히 평화로웠다. 학교에 오니 나 혼자였고,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 보던 기억까지.

2교시 한국사 수업 시간이였을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쉬는 시간에 불쑥 찾아와 수업준비를 하고 시작종이 치자마자 정시에 수업을 시작하시던 선생님이셨는데, 그 날따라 유독 늦으시는 거다. 수업 종이 친 뒤 조금 늦게 들어오신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온 뒤로도 한참을 휴대폰만 보고 계셨다. 길지 않은 침묵이 끝나고 그 선생님은 우리에게 모든 걸 말씀해 주셨다. 지금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라는 배가 한대 침몰하고 있고, 지금 구조작업 중이라고.

의아했다. 겨우 배 한척 침몰한다고 수업까지 늦을 일인가? 해경이 알아서 잘 구조하겠지. 운이 나쁘면 뭐 한두명 죽겠고. 수업 시작전에 폰을 냈기에 일과 시간 내내 이런 생각을 하다가, 모든 수업이 끝나 폰을 받고 네이버 포털사이트에 접속했을 땐, 모든 게 다 엇나가 있었다.

사망자가 두어명 나왔던 걸로 기억하고, 구조자는 170명을 넘었다. 그 외 200명이 넘는 인원은 모두 ‘실종’ 처리가 되어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오는 세월호 사진... 배는 이미 넘어가다 못해 모두 침몰하여 겨우 일부분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서 인지 부조화가 왔다. 실종자가 200명이 넘는다는데 왜 배는 저 상태야? 저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한거야? 모든 게 이해되지 않았다.

야자시간에도 폰을 놓지 못했다. 혹시라도 기적적으로 살아 구조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헛된 희망이였을까. 그 뒤로 멈출 줄 모르고 늘어만 가는 사망자 수에 나는 폰을 볼 수가 없었다.

우리학교는 수학여행, 야영, 그리고 학교 축제와 체육대회까지 모두 5월에 예정이 되어 있었는데, 하나도 남김없이 취소됬다. 그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무던하게,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모두 같은 마음이였겠지.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 탄식이 나오는 영상 하나를 봤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세월호 침몰이 몇년전인지도 모르고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요?” 하는 영상을. 나는 아직도 그 날이 생생한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재난에 대응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