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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는 ‘공정’ 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본문

내생각

그들이 말하는 ‘공정’ 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지기유 2020. 8. 5. 15:31

https://v.kakao.com/v/20200708175928461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경향신문] 01년생 아르바이트 노동자 박경석, 정규직 교사 청년 김석현, 대학원생이자 취업준비생 조은별, 콜센터 상담원 이세은, 막 수습기간이 끝난 노무사 은성, 초단시간 노동자 최승비,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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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를 써 주셨다. 많은 언론들이 이번 인국공 사태를 ‘청년들의 분노’ 라는 식으로 프레이밍해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편향된 일반화의 오류다.

기사를 쭉 읽어 보았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과대대표 되었고, 이와는 다른 목소리를 가진 청년들의 목소리는 소리없이 묻혔다. 이들은 말한다. 비난 받아야 할 것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닌, 대다수를 탈락자로 만드는 사회구조라고.

맞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고, 이에 분노하던 자들의 논리는 무엇이였나? 바로 ‘공정’ 이였다. 이들이 말하는 공정은 사실 사회구조가 만들어 낸 ‘불공정’ 이였다.

그들의 저의에는 오랜 시간동안 사회가 만들어 낸 차별이 내재되어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대학교를 나와야만 높은 연봉,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누릴 자격이 없다고. 대학교도 안나온, 또는 겨우 지잡대나 나온 패배자들이 성공하는 것은 (어떠한 노력과 과정을 거쳤든) ‘로또’ 라고. 이게 그들이 말하는 ‘공정’ 이다. 물론 잘못된 생각이긴 하지만,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이 사회가 그들의 머릿속에 주입시켰을 뿐이니까.

사회는 이 절대다수의 패배자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당장 인천공항만 봐도, 비정규직 보안 노동자, 넓디 넓은 공항의 청결을 책임지는 청소노동자, 시설관리 노동자 등. 그들이 패배자들이라고 낙인 찍어버린 그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그저 이들이 사람답게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적어도, 일하다가 죽지 않게, 만에 하나 죽더라도 사람 취급은 받게.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머리가 끼어 죽어도, 스크린 도어 수리를 하다 끼어 죽어도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당신들의 논리라면, 이들이 죽은 건 노력도 안한 게으른 사람들이 죽은, 그저 개죽음이라는 소리가 된다. 노력도 안하고 대학도 안나온 비정규직이니까, 저런 일을 하다 죽어도 어쩔 수 없는 거고. 피해보상? 말이 되는 소릴. 비정규직 주제에. 공부도 안하고 대학도 안나온 패배자가 무슨 피해보상이야~ 불공정하게.

정부는 좀 더 서둘러주길 바란다. 모든 사람들이 공정하게, 학벌 상관없이 그저 일한만큼 받을 수 있게,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게. 그게 ‘공정’ 이다.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2020.7.8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