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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하는 사회가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

지기유 2020. 8. 13. 21:23

https://v.kakao.com/v/20200813103324344

기안84의 끝없는 여성혐오 생산, 그리고 방관자들 [이예은의 안테나]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만화는 만화로만." 창작의 자유라는 대단한 비호 아래 결국 여기까지 왔다. 언제까지 무지와 뻔뻔함이 철없는 순수함으로 포장되어야 하나. 웹툰작가 기안84가 또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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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재중인 ‘복학왕’ 이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복학왕’ 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봉지은은 무능하지만 대기업 인턴에 떡하니 붙었다. 비결은 애교, 조개구이 깨부수기, 40살 팀장과의 열애, 성상납 등이다. 능력 없는 여성이 20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남성과 연애를 통해 회사에 들어 갔다는 표현 등은 기안84가 여성을 어떠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기안84는 크고 작은 구설수에 시달려왔다. 그럴 때 마다 그를 비판하는 댓글들은 ‘프로불편러’ 니 ‘페미’ 니 하는 식으로 대중들의 보호를 받아왔고, 그가 출연중인 ‘나 혼자 산다’ 에서도 방패를 자처하며 무한 쉴드를 받았다. 오히려 방송 소재로 사용하며 멤버들이 위로해 주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기안84의 무지는 ‘순수함’ 으로 포장됬고, 이러 인해 저지른 잘못은 ‘실수’ 라며 소리소문 없이 넘어갔다. 기안84 역시 자신에 유리한 환경에 취해 반성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방관과 옹호가 오늘날 기안84 같은 괴물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기안84의 사과문 전문이다.

▶기안84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기안84입니다.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자고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또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하였습니다.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글쎄... 알맹이는 쏙 빠져 있는 느낌이랄까. 사과문을 읽어보니 그가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잘 이해가 된다.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풍자의 대상이 잘못됬다. 권력형 성추행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점수조작을 통해 여성 지원자를 무더기로 떨어뜨린 공기업의 사례도 있는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여성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보는 사회’ 는 어느나라 이야기인가? 그는 여전히 ‘김치녀’ 나 ‘된장녀’ 라는 단어가 만연했던 시대에 사고방식이 머물러 있다고 밖엔 보이지 않는다. 제발 부탁이니까, 여성의 입장에 서서 한번만이라도 생각해주면 안되는 걸까? 뭐, 일단 사과문은 썼으니, 일말의 희망이라도 걸어본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그에 걸맞은 만화를 그려야만 비로소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이에 따라 사고방식도 변하고 있다. 썩어빠진 그 사고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면, 적어도 부끄러운 줄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