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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

새로운 제1야당 ‘국민의힘’ 에게 바라는 점

지기유 2020. 9. 3. 19:30


어제자로 미래통합당이 당명을 ‘국민의힘’ 으로 바꾸었다. 지난 2월 당명을 ‘자유한국당’ 에서 ‘미래통합당’ 으로 바꾼 이후 6개월만에 다시 간판을 바꿔 달게 되었다. 애초에 미래통합당이라는 당명은 오래 갈 수가 없었던 당명이긴 했다. 당명에 ‘통합’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단명을 전제로 지었을테니.
암튼, 당명 개정과 함께 새로 지정된 당강령도 한번 훑어 읽어 봤다. 이 중 흥미로웠던 부분을 발췌.

9-1 (양성평등사회의 실질적 구현) 성별에 따른 사회적 성역할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남아 있지 않도록 노력하며, 남녀가 모두 다양한 영역에서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정치를 비롯한 공적 영역의 경우, 성별 대표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남녀동수를 지향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노력한다. 양성평등사회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 공동체 구성원의 건전한 교육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성인지 교육이 현실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였다. 그동안 국민의힘 및 지지층들은 여성 할당제나 여성 보호 정책 등을 ‘페미’ 라며 비난했고, 또한 이러한 정책들을 실시하는 정부를 ‘페미 정권’ 이라며 비아냥댔던 전력이 있는데, 당강령에 이러한 항목을 추가하며 정책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는 듯 했다. 당 지지층이 이를 따라와줄까 걱정이지만.
페미니즘은 나쁜 게 아니다. 지금은 비록 당강령에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앞으론 국민의힘도 당강령에 명시된 것과 같이, 여성을 위해 페미니즘에 목소리를 더 높여주었음 한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굳이굳이 ‘양성평등’ 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 이 세상에 생물학적 성(sex)은 두개일 지 모르지만, 정체성으로서의 성(gender) 은 종류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7-1 (미래세대와의 공존)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자원이 지속되는 국토환경을 만들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지향한다. 현재 세대는 쾌적한 환경을 영위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은 최소화하여 국민 모두가 누리는 깨끗한 환경을 조성한다. 자연생태계와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인간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경제개발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과 보전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통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사회를 추진한다. 환경친화적 개발의 원칙을 실현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를 확대한다.

이 또한 놀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정부에서 추진해오던 ‘탈원전 정책’ 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이번 당강령을 통해 탈원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놨다. 탈원전은 시간이 아무리 길게 걸린다 해도, 포기해서는 안되는 정책이다. 2016년과 2017년 두차례의 지진으로 한국도 더이상 지진에 대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또한 지진 다발구역인 경북 일대엔 노후 원전들이 즐비해 있다. 혹여나 조금이라도 센 지진이 왔다면, 어떻게 됬을지 모르는 일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사례를 보라. 원전이 터지기 전의 후쿠시마는 한국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는 도시였고, 원전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은 한적한 시골동네였을 뿐이였다. 단 하루만에, 그 생지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국민의힘 당강령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현재 세대는 쾌적한 환경을 영위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은 최소화하여 국민 모두가 누리는 깨끗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탈원전 정책에 적극 목소리를 높여줬음 하는 바람이다.


단 한가지 아쉬운 대목은 역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대목은 빠져 있단 점이였다. 당강령에 약자와의 동행을 분명히 명시해 놨음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대목은 절묘하게 빠져 있었다. 맞다. 국민의힘은 보수정당이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인권은 정치적 논쟁거리로 소모해서는 안된다. 성소수자 역시 소수자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인격체이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기본 원리일 뿐이다. 보수정당도 성소수자에 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정책, 검찰개혁 등은 내가 조리있게 서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적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한마디 보태자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검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의 개혁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도 동참해줬음 한다.

이렇게, 내가 국민의힘에 바라는 몇가지 점들을 적어봤다. 내가 인용한 건 그저 ‘강령’ 일 뿐이다. 앞으로 이 강령들을 어떻게 지켜가느냐가 중요한 거겠지. 물론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뽑을 생각은 없겠지만, 약속한 내용들을 실천에 옮긴다면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지지를 보내줄 것이다. ‘공약 다 지키면 나라 망한다’ 는 소리는 하지말고...

+이번엔 당명 좀 오래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