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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세월호 참사’ 를 말하려거든

지기유 2020. 10. 6. 21:40

https://www.vop.co.kr/A00001516587.html

[기자수첩] 국민의힘이 ‘세월호 참사’를 말하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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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 북한 해역에서 우리 공무원이 피격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북한군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남북 당국의 설명이 달라 확인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놓고도 언론과 야당의 공세는 추석 명절을 관통했다. 남북의 여러 충돌을 낳은 서해, 그리고 남북은 물론 미국의 군사자산이 서로 얽히고설킨 미완의 분계선을 가로지른 비극이기에 완전한 사실이 드러나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 아울러 2018년 전환점 이후에도 여전히 한반도 밑바닥을 이루고 있는 분단과 정전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는 여러 계기로 좀 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측면의 제약이 있긴 하지만 공방이 오가면서 상당한 정보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게 정치과정이기도 하다. 이와 별개로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공세에 ‘세월호 참사’를 동원하는 방식은 극히 유감스럽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청와대의 무능과 안일, 책임회피 등 총체적 실패를 상징하는 ‘7시간’을 호명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이번 서해상 피격 사망 이후 행적을 분초 단위로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신들도 그러지 않았냐’는 거침없는 말투다. ‘대통령을 찾습니다’라는 1인 시위도 명백한 ‘세월호 비유’다. 두 비극을 저울에 올려 어느 것이 더 무거운지 재고, 무엇이 같고 다른지 비교하고 싶지 않다. 비극은 각각의 비극이다. 세월호 참사가 저울의 한쪽에 올라갈 사건이며, 국민의힘이(이런 경우 이 당명이 참 불편하다) 이제는 자유롭게 심판 행세를 해도 될까 의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2020.09.27.ⓒ뉴시스


국민의힘은 최근 당색을 교체하면서 당초의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에서 노란색을 버리고 하얀색으로 정한 바 있다. 당시 노란색이 ‘탈락’한 이유를 두고 중국 공산당의 색깔이라는 후문도 있으나 그보다는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색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중국의 색이라면 노란색보다는 빨간색을 먼저 버려야 맞다. 국민의힘도 ‘오성홍기’를 알 테고, ‘적군’도 알 것이다. 알다시피 빨간색은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에게 선택되기 전에는 중국은 물론 북한의 색, 사회주의 색으로 ‘적색(敵色)’ 취급을 받았다. 결국 박근혜를 탄핵해 오늘날 야당의 지리멸렬을 초래한 노란색에 대한 분노와 공포가 탈락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얼마 전까지 색깔마저 무섭고 싫던 세월호 참사를, 바다의 비극이라는 공통점을 찾아 가져다 쓸 수 있는 그 ‘강심장’과 ‘태세 전환’이 놀랍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과거 어느 시점에 완료된 역사가 아니다. 법원은 아직도 세월호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 법적 판단을 하지 못했다.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왜 그 긴 시간동안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는 의혹으로 남아 논란이 분분하다. 유가족들은 내년 4월 16일 참사 7주기를 진상규명의 시한으로 정하고 정부와 국회에 당시 대통령 기록물 봉인해제와 공개, 피해자가 참여하는 철저한 수사와 조사, 관계기관의 조사협조와 자료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정부여당의 의지는 물론 국민의힘의 동의와 지지가 필수적이다. 당장 정부여당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거론하는 순간 ‘정치보복’이라며 펄쩍 뛸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망월동 묘역에 잠든 민주열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정치에서는 때로 진심보다 행위가 우선이다. 속으로야 싫든 좋든 광주에 가서 망월동에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망월동에 간 국민의힘은 팽목항까지, 진도 앞바다까지 나아가야 한다. 정치적 계산으로라도 말이다. 유가족의 요구에 호응해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여당과 힘을 모으는 것이 그 전제다. 세월호 참사를 안면몰수식 비유로 쓰지 말고, 케케묵은 숙제를 해결할 것을 권한다.

고희철 기자







좋은 기사를 한편 읽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집권여당이였던 국민의힘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을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세월호는 단지 교통사고였다거나, 대통령은 대응없이 아무것도 안하고 주무셔도 된다고 말한 국회의원도 있었다. (전자는 현재 원내대표를 맡고 있고, 후자는 저번 총선에서 낙선했다.) 당연하게도 치뤄졌어야 할 진상조사는 박근혜정부가 끝날 때 까지 이뤄지지 않았고, 유가족들을 유족충, 시체팔이로 몰아간 것도 모자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유가족들 앞에서 ‘폭식집회’ 를 한 보수세력들이 현정권을 비판하기 위해 세월호를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 아닐까? 자당에서 낸 총선 후보가 ‘세월호 쓰리섬’ 발언을 한 게 불과 몇달전인데.
국민의힘을 포함한 보수세력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급을 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진상조사 동참과 유가족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정책적인 대책 마련일 것이다. 그 중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지금은, 미안하지만 언급할 자격이 없다. 제발 부탁인데,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두번 죽이는 짓, 하지 말자. 당신들이 정권에 상처를 입히기 위해 언급할 때 마다, 상처를 입는 건 유가족들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