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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

스가 요시히데의 일본

지기유 2020. 9. 17. 00:32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9월 16일 오후, 일본 중의원에서 스가 요시히데가 총리에 지명을 받으며, 일본국의 제99대 내각총리대신에 취임했다. 7년 8개월만에 바뀌는 총리이다 보니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과 같은 주변 나라에서도 소소하게 관심을 끌었는데, 스가 총리가 이끌 내각은 어떤 성격을 가질지, 어떤 정책을 펼칠지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오갔다. 나고 그것들을 예의주시하며 어떤 일본을 만나게 될까 생각을 해 봤는데, 결국 아베 전 총리가 이끌던 일본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스가 총리는 9월 14일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이후, 주요 당직자는 물론이고 새 내각에서 일하게 될 장관들을 뽑는 과정을 거쳤는데, 내각에서 일하는 20명의 장관 중 교체된 장관은 9명에 그쳤고, 11명은 보직이동이나 유임에 그치는 사실상 ‘아베 정권 3기’ 가 확정됬다. 현직 총리가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국면 전환용으로 자주 쓰는 ‘개각’ 수준에 머물렀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과 비교해보자. 한국의 정권이 ‘재창출’ 된 사례 중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13년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이 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모든 내각의 인사들을 교체했다. 전임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 (당시 새누리당) 이였고, 정책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었음에도 모두 사표를 수리했던 것이다. 한국에선 당연한 조치였다. 대통령제라는 특수한 상황은 감안해야겠지만, 전정부에서 일하던 장관의 반 이상을 유임시켰더라면 국민의 거센 반발은 불보듯 뻔했을 것이다.
아베 전 총리와 스가 총리 개인의 성향은 다를 수 있어도, 이미 스가 총리가 아베 정권을 계승하겠다고 자기 입으로 선언한 이상 한일관계의 개선은 어려울 듯 싶다. 이미 아베 정권에서 일하던 외무상의 유임이 확정됬기에 외교 관계의 대전환은 물건너 갔고, 스가 총리 본인이 정상외교를 펼치며 한일관계의 개선을 시도한다면 가능은 하겠으나 요 며칠 사이의 인터뷰를 참고해 보면 전망은 어둡다. 16일 이루어진 기자회견만 봐도 한일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오히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이 문제를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꼽았다.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과는 각각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전략적으로 이런 나라들과는 확실히 관계를 구축해 소통할 수 있는 외교를 하겠다.”
여기서 언급된 ′한국과의 어려운 문제′는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배상 소송일 것으로 추측되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는 지난 7일 자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에선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6일 자 산케이신문에서는 ″한일 청구권 협정이 일·한 관계의 기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MBC 뉴스 [외통방통] '포스트 아베' 스가 시대의 한일 관계는? 조효정 기자

일본의 이번 총리 교체에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적으로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정부와는 달리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절대적으로 당 중심으로 내각이 꾸려지기 때문이다. 아베 전 총리는 7년 8개월동안 집권하며 당의 후발주자 성장을 가로막았고, 그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총리가 교체되니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과거엔 자민당 안에도 여러 이념을 가진 파벌들이 많이 존재해, 여러 파벌에서 골고루 총리가 배출됬으나 그의 장기집권이 한줌도 안되던 정치적 다양성을 없애버리고 만 것이다.
일단, 스가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행보는 지켜봐야겠지만, 큰 기대는 안하고 싶다. 그저 여러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는 일본의 상황을 수습하기나 해 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