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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는 '전면폐지' 되어야 한다. 본문

내생각

낙태죄는 '전면폐지' 되어야 한다.

지기유 2020. 10. 8. 21:53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의 내렸다. '위헌' 이 아닌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이유는, 만약 위헌 판결이 나올 경우 해당 법은 그 즉시효력을 잃는다. 사회, 법적인 합의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폐지되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번에 정부는 임신 14주 이내에만 낙태를 합법화하고, 성범죄 피해자들에게는 임신 24주 이내에만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이는 명백한 후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낙태죄 폐지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 회복' 이다. 여성의 임신은 여성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고, 만에 하나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낳을 지 말지의 선택권은 국가가 아닌 여성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법무부의 입법안은 교묘하게 비틀어 놓은 '낙태죄 개정' 이라고 밖엔 보이지 않는다. 혹여나 기한을 넘어 낙태가 불가능하게 되면, 여성은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원치 않는 아이를 낳을 수 밖에 없다. 그 와중에 소모된 여성의 건강과 앞으로의 인생은 누가 책임 지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낙태죄를 폐지하면, 여성들이 낙태를 쉽게 생각하지 않겠냐고.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임신을 할 수 없는 남성들이다. 낙태죄가 폐지된다고 해서, 피임을 조심하지 않고, 수술을 밥 먹듯 하는 여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임신 중절수술은 수술인 만큼 여성의 몸도 정말 많이 상하고 만다. 낙태하면 되니까 피임을 하지 않는다? 어느 여성이 그런 생각을 할까. 피임약을 먹고 말지. 또, 출산율을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다. 출산율이라는 숫자가 아무리 중요한들, 한여성의 인생, 인격체만큼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면, 낙태죄 유지 같은 방법보단 임산부 좌석 비워놓기 의무화, 여성을 향한 혐오표현(김치녀, 된장녀, 맘충 등) 처벌,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원치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하면 낙태죄로 처벌 받고, 낳으면 맘충 소리나 듣는 나라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겠는가?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건 낙태가 아닌 차별적인 시선과 여성혐오라는 것 잘 알아두자. 

 서지현 검사는 이런 말을 했다. "태아의 생명이 가장 소중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여성이다. 생명을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국가가, 그런 사회를 만들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노력 없이 그저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어 처벌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라고. 


 다행히도, '낙태죄 개정' 에 반대해 목소리를 내 주시는 분들이 국회에 많이 계신다. 정의당 의원님들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박주민 의원님 등이다. 정의당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시고 있고, 민주당 측에서도 비판을 인지하고 있으며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자.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제출된 법안이라도 충분히 수정되고 개선될 수 있다. 단, 국회의원들의 의지에 달려 있을 뿐. 나는 이제부터 각 정당, 각 의원들의 반응과 행동에 주시할 예정이다. '낙태죄 개정' 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길 바라고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