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37)
아르카디아
본의 아니게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열흘간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여행이다. 거창한 곳을 다녀온 건 아니고, 한적한 시골에 있는 별장에 친구들끼리 다녀왔다. 친구들 모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걸 피곤해 하는 타입이라 들어가기 전에 장을 잔뜩 봐 놓고 이틀동안 안에서만 놀자는 이야기. 암튼, 재미있게 놀다 왔다. 안에 있으면서 요리도 해 먹고, 이런저런 수다도 떨고 게임도 하고. 친구 한명이 휴대용 마이크를 가져와 돌려가며 노래도 불렀다. 도중에 먹을 것이 떨어져 다시 사러 읍내에 다녀오느라 택시비가 깨지긴 했지만, 우리의 흥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였다. 역시 사람은 차가 있어야 살아가기 편하다. 언젠가 친구들이랑 같이 살게 되면 마음도 통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
힘이 들 땐 잠시 쉬어가도 좋다. 긴 문장엔 반드시 쉼표가 필요하듯, 내가 사는 인생에도 가끔씩은 쉼표를 찍어줄 것. 하지만 쉼표라는 것이 무조건 쉬기만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내가 달려왔던 길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그게 쉼표의 역할이다. 쉬는 기간이 길어진다고 조바심 낼 필요도, 너무 짧다고 투정 부릴 필요는 없다. 요즘 같이,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일상속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쉼표의 의미니까. 힘든 일이 있었다면 충분히 화내고, 슬퍼하고 보내주자. 기쁜 일이 있었다면 가슴에 품고 함께하자. 감정에 미련이 남지 않게 충분히 느낀 후 다시 시작하자. 스케치북에 그림을 다 그려 공간이 부족하면 뜯어..
요즘엔 꿈을 꾸면 항상 군대에서 있었던 일(재입대는 아님), 가끔은 고등학교때 있었던 일이 나온다. 그게 너무나도 생생해서 꿈 안에서 그립다는 감정을 느낀다. 그러다 꿈에서 깨고 나면 ‘또 이런 꿈을 꿨네’ 하는 생각이 든다.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다. 불안하고 알 수는 없어도, 꿈은 항상 미래를 향해 있었다. 두근거림, 설렘, 때로는 불안과 공포. 하지만 지금은 후회와 그리움, 추억. 이 뿐이다. 내가 지금 정체되어 있는 것을 안다. 전역 후 별다른 일 없이 집에 머무르며 공부나 끄적끄적, 블로그에 글 몇개 남기는 게 다인 요즘 생활에서는 당연히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이다. 이제 다음달 말이면 학교에 간다. 그래도 다시 학교에 가고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서서히 잊혀져 가겠지. 지금은 인생에 다신..
매일 똑같은 공간,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 가끔은 좀 용기를 내서라도 조금 더 멀리 떠나볼 필요가 있겠다. 혼자라도 좋으니까. 코로나가 위험하니까, 교통비가 비싸니까, 멀리가면 피곤하니까, 혼자가면 위험하니까... 이런 핑계 대지 말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용기를 내서 어디라도 다녀오자. 나는 지금 좀 사색이 필요하다. 남들이 힘내랍시고 해주는 말들은 힘이 되지 않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자 신을 잃어가는 기분이다. 분명 내가 원하던 게 있었을텐데, 원하던 길이 있었을텐데 누군가가 이리저리 비틀어 놓고, 어질러 놓은 느낌이다. 혼자서 몇시간, 며칠을 보내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내가 걷고싶은 길을 걸어야 하고, 그 길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푸른 바다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