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37)
아르카디아
어제는 근 두달만에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냈다. 두달동안 못봤으니, 얼굴이나 보고 밥이나 먹자는 이유. 번화한 시내에 있는 피자집에 가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서로의 근황, 실없는 게임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딱히 하는 게 없더라도,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 편해지는 친구들이다. 밥을 다 먹고는, 살 책이 있어 서점에 들렀다. 소설책 한권을 사들곤 밖으로 나왔다. 자, 이제 뭘하지? 처음엔 코인노래방이나 피시방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뭐, 솔직히 말해 내 또래 남자애들에 갈 곳이 그곳밖에 더 있을까... 하지만 이번엔 사양했다.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코로나19 감염이 발목을 잡았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간 끝에, 나온 결론은 ‘산책’ 이였다. 매일 걷..
복학 후 2학기가 시작된지 3주째... 그 동안 개강만 했지 강의는 전면 비대면 화상 강의로 진행돼 학교에 갈 일이 없었는데, 이번주에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됬다. 학교에 가는 건, 재작년 6월 휴학을 한 이후로 자그마치 2년 3개월만이였는데, 가는 길을 잊진 않았을까, 했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좋든 싫든 휴학 전까지 1년 반동안 질리도록 타고 걸었던 통학길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바라봤다. 익숙한 듯, 낯선 풍경들이 참 색달랐다. 바로 어제 본 듯 생생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낯섦에 신선한 감정을 느꼈다. 이 익숙한 풍경들이 2년 3개월만에 처음이라니. 이 감정은 학교에 도착해서도 느껴졌다.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과는 다름없는 풍경을 보여줬다. 너무도 ..
아쉽게 사진은 못찍었다... 원래 내가 가는 게 아니라 아빠가 가실 예정이였는데 갑자기 일이 잡히시는 바람에 땜빵으로 다녀왔다. 풀 베는 건 군대 있을 때 이후로 처음이고, 뭔가 일가 친척들과 어울려 활동적인 일을 해 보는 건 전역이후 처음이였다. 이 때문에 해이해졌기 때문일까, 자외선이 내리쬐는 곳 아래에서 선크림 바르는 것도 깜빡했고, 뜨거운 햇빛에 손실되는 수분을 보충할 물을 챙기는 것도 깜빡했다. 원래도 안좋은 체력이 최악의 상황을 만나 더 안좋아졌다. 걸을 때마다 어는 현기증과,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피부가 익을듯이 작열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오전중으로 금방 끝나 더이상의 피해는 막았지만, 혹여나 일이 늦게 진행돼 오후까지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어떻게 됬을 지 모르겠다. 물론, 준비는 했겠지만...
문득 과거를 떠올려 보았다. 까마득하게 오래된 일들은 넣어두고, 내가 나만의 감정을 가지고 생각하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자면, 내가 지금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기억들의 대부분(90% 이상)은 후회라는 감정이 뒤섞여 있다. 아무리 좋은 기억이였다 하더라도, 끝부분에 후회가 꼬리처럼 달려있는 느낌이다. 이거, 나만 그런건가? 그래서 아무리 좋은 추억이라도 요즘은 과거회상을 잘 안하게 된다. 전역하면 힘들 때마다 군대에서 썼던 일기를 보며 마음을 다잡자는 다짐을 하곤 했었는데, 그 다짐도 공허가 된지 오래다. 사람들은 추억속에는 반드시 후회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정녕 후회없는 추억은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 나는 주로 선택에 대한 후회를 많이 한다. 무언가를 더 하지 못해 아쉬움이 ..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도 소용없어 기분은 찌뿌둥 하지만 그냥 냅뒀는데, 그게 화근이 된 건지 새벽내내 배가 아파 잠을 설쳤다. 분명 대변 때문에 아픈 건 아닌 것 같고, 배 부분이 쥐어짜는 느낌으로 아팠다. 메스꺼움에 구토를 한 것은 물론이고. 다행히 지금은 많이 괜찮아 졌는데, 앞으로는 식단관리를 좀 해봐야 겠다. 고기를 좀 줄이고, 채소를 늘리기. 적응이 된다면 더 나아가 채식을 해 보고 싶다. 바쁘다고, 귀찮다고 패스트푸드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벌써부터 이렇게 적신호가 켜진 걸 보면 이제 젊다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이 이유로 며칠 사이 블로그 관리에 소홀했던 것이 좀 있는데, 내일은 꼭 글 하나라도 써 보자.
2018년 6월, 군입대를 하기 위해 휴학을 한지 2년 2개월이 흘렀다. 휴학을 할 때만 해도 복학은 머나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그래도 흐르긴 하나보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에 갔고,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휴학신청을 했다. 고깃집에서 종강파티도 했다. 그 해 8월엔 입대를 했고, 598일이 흘러 전역을 했다. 전역 뒤론 푹 쉬었다. 군대에서 쉬지 못했던 것에 대해 보상을 받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게는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가방을 메고, 전철을 타고 학교에 가 교수님,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보며 수업을 받는 게 당연하던 시대에서, 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캠을 통해 화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게 당연한 시대로. 분명히, 새로운 시대가 도..
내 나이 스물셋... 이제 어리다고도 말하기 부끄러울 나이..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서 자꾸 나를 괴롭히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여자친구 있어? -애인은 언제 만날거야? -장가가도 되겠어~ -왜 안만나는 거야? 블로그니까 이 정도지 실제로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는다. 그렇다. 나는 23년동안 단 한번도 여자친구를 만난 적이 없는 ‘모태솔로’ 다. 내가 모태솔로라는 사실을 부끄러워 해 본적이 없다. 그렇기에 블로그에 내 의견을 밝히는 거고. 하지만 나이가 한살한살 늘어 갈수록, 정작 나는 괜찮은데 주위에서 걱정어린 시선을 주는 게 심히 부담스럽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모태솔로라고 해서 사회가 주는 걱정어린 시선, 모종의 편견들이 더 견디기가 힘들다. 지금 이 상태가 좋다. 오로지 나를 위해 돈을..
오늘부터 복학 신청이 가능해 인터넷으로 신청했다. 잊고 있었던 내 학번, 과목들, 그리고 교수님의 성함 등, 잊혀져 있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올라와 학교에 갈 날이 머지않았단 것이 실감이 난다. 개강은 8월 31일이다. 2년 2개월만에 하는 등교인데, 다행히 학교 가는 길은 머릿속에 남아있다. 입대 전 1년 반동안 거의 매일 통학을 하면서, 그것만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중고등학교때는 개학이나, 새로운 반으로 이동 할 때 마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 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 이런 상황을 맞으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무던하다. 군대에서, 입대라는 불안, 설렘. 그리고 자대 배치는 어떻게 받을 지, 어떤 사람이 있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