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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
힘이 들 땐 잠시 쉬어가도 좋다. 긴 문장엔 반드시 쉼표가 필요하듯, 내가 사는 인생에도 가끔씩은 쉼표를 찍어줄 것. 하지만 쉼표라는 것이 무조건 쉬기만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내가 달려왔던 길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그게 쉼표의 역할이다. 쉬는 기간이 길어진다고 조바심 낼 필요도, 너무 짧다고 투정 부릴 필요는 없다. 요즘 같이,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일상속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쉼표의 의미니까. 힘든 일이 있었다면 충분히 화내고, 슬퍼하고 보내주자. 기쁜 일이 있었다면 가슴에 품고 함께하자. 감정에 미련이 남지 않게 충분히 느낀 후 다시 시작하자. 스케치북에 그림을 다 그려 공간이 부족하면 뜯어..
요즘엔 꿈을 꾸면 항상 군대에서 있었던 일(재입대는 아님), 가끔은 고등학교때 있었던 일이 나온다. 그게 너무나도 생생해서 꿈 안에서 그립다는 감정을 느낀다. 그러다 꿈에서 깨고 나면 ‘또 이런 꿈을 꿨네’ 하는 생각이 든다.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다. 불안하고 알 수는 없어도, 꿈은 항상 미래를 향해 있었다. 두근거림, 설렘, 때로는 불안과 공포. 하지만 지금은 후회와 그리움, 추억. 이 뿐이다. 내가 지금 정체되어 있는 것을 안다. 전역 후 별다른 일 없이 집에 머무르며 공부나 끄적끄적, 블로그에 글 몇개 남기는 게 다인 요즘 생활에서는 당연히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이다. 이제 다음달 말이면 학교에 간다. 그래도 다시 학교에 가고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서서히 잊혀져 가겠지. 지금은 인생에 다신..
지금 나의 신분, 건강상태, 평판... 들은 언제든, 당장 내일이든 바뀔 수 있다는 것 오늘은 평범했던 내가 당장 내일 범죄자가 될 수 있고 당장 내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당장 내일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다만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뇌근육에 힘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자.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지, 범법행위가 되지는 않는지 수 없이 검열하고 고쳐 나갈 것. 평범하게 살고 싶다면 그에 대한 책임과 노력을 다 할 것. 만에 하나 죄를 저질렀을 때에도 피하지 않고 죗값을 정당히 치를 것. 피해자가 이제 됬다고 할 때까지 사죄하는 노력을 보일 것. 평생 마음에 담아 두며 자책할 것.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2020.7.10 작..
일단 나는, 무종교이다. 어렸을 때 부터 믿음 부족했던 탓일까? 신이라는 존재를 믿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그저 선물 줄테니까 따라와 봐! 라던가 여름성경학교 오면 신나게 놀 수 있어 등등 재밌을 것 같아서 누나 따라 몇번 다녀 온 게 전부다. 군대 있을 땐 싸이버거 준다길래... 그 뒤로 쭉 관심을 끄고 살다가 동성애 등 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종교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기독교를 비롯해 이슬람교 등의 종교에서는 동성애를 죄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친구에게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 했다 강경한 설교를 듣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나 또한 종교에 대해 혐오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누구나 사랑하신다면서, 왜 거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그리고 최악의 성범죄자인 손정우의 미국 송환이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불허된 것 입니다. 미국에 송환되지 않고 한국에서 받은 판결이 겨우, 1년 6개월입니다. 계란 한판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의 형량이 1년 8개월입니다. 대한민국 남성의 군 복무 기간이 1년 6개월입니다. 굳이 미국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도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자신하더니, 2년이 채 안되는 짧은 형량을 선고한 것 입니다. 손정우는 일반인의 접근이 매우 어려운 다크 웹이라는 공간에서 ‘웰컴 투 비디오’ 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아동 성착취물을 배포했습니다. 그 곳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린, 걷지도 못하는 갓난아기마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손..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고1이였고, 수요일이였던 고로 그 날도 어김없이 학교에 갔다. 유난히 평화로웠다. 학교에 오니 나 혼자였고,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 보던 기억까지. 2교시 한국사 수업 시간이였을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쉬는 시간에 불쑥 찾아와 수업준비를 하고 시작종이 치자마자 정시에 수업을 시작하시던 선생님이셨는데, 그 날따라 유독 늦으시는 거다. 수업 종이 친 뒤 조금 늦게 들어오신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온 뒤로도 한참을 휴대폰만 보고 계셨다. 길지 않은 침묵이 끝나고 그 선생님은 우리에게 모든 걸 말씀해 주셨다. 지금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라는 배가 한대 침몰하고 있고, 지금 구조작업 중이라고. 의아했다. 겨우 배 한척 침몰한다고 수업까지 늦을 일인가? 해경이 알아서 잘 구조하겠지...
매일 똑같은 공간,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 가끔은 좀 용기를 내서라도 조금 더 멀리 떠나볼 필요가 있겠다. 혼자라도 좋으니까. 코로나가 위험하니까, 교통비가 비싸니까, 멀리가면 피곤하니까, 혼자가면 위험하니까... 이런 핑계 대지 말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용기를 내서 어디라도 다녀오자. 나는 지금 좀 사색이 필요하다. 남들이 힘내랍시고 해주는 말들은 힘이 되지 않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자 신을 잃어가는 기분이다. 분명 내가 원하던 게 있었을텐데, 원하던 길이 있었을텐데 누군가가 이리저리 비틀어 놓고, 어질러 놓은 느낌이다. 혼자서 몇시간, 며칠을 보내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내가 걷고싶은 길을 걸어야 하고, 그 길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푸른 바다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