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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
본의 아니게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열흘간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여행이다. 거창한 곳을 다녀온 건 아니고, 한적한 시골에 있는 별장에 친구들끼리 다녀왔다. 친구들 모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걸 피곤해 하는 타입이라 들어가기 전에 장을 잔뜩 봐 놓고 이틀동안 안에서만 놀자는 이야기. 암튼, 재미있게 놀다 왔다. 안에 있으면서 요리도 해 먹고, 이런저런 수다도 떨고 게임도 하고. 친구 한명이 휴대용 마이크를 가져와 돌려가며 노래도 불렀다. 도중에 먹을 것이 떨어져 다시 사러 읍내에 다녀오느라 택시비가 깨지긴 했지만, 우리의 흥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였다. 역시 사람은 차가 있어야 살아가기 편하다. 언젠가 친구들이랑 같이 살게 되면 마음도 통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
힘이 들 땐 잠시 쉬어가도 좋다. 긴 문장엔 반드시 쉼표가 필요하듯, 내가 사는 인생에도 가끔씩은 쉼표를 찍어줄 것. 하지만 쉼표라는 것이 무조건 쉬기만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내가 달려왔던 길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그게 쉼표의 역할이다. 쉬는 기간이 길어진다고 조바심 낼 필요도, 너무 짧다고 투정 부릴 필요는 없다. 요즘 같이,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일상속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쉼표의 의미니까. 힘든 일이 있었다면 충분히 화내고, 슬퍼하고 보내주자. 기쁜 일이 있었다면 가슴에 품고 함께하자. 감정에 미련이 남지 않게 충분히 느낀 후 다시 시작하자. 스케치북에 그림을 다 그려 공간이 부족하면 뜯어..
요즘엔 꿈을 꾸면 항상 군대에서 있었던 일(재입대는 아님), 가끔은 고등학교때 있었던 일이 나온다. 그게 너무나도 생생해서 꿈 안에서 그립다는 감정을 느낀다. 그러다 꿈에서 깨고 나면 ‘또 이런 꿈을 꿨네’ 하는 생각이 든다.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다. 불안하고 알 수는 없어도, 꿈은 항상 미래를 향해 있었다. 두근거림, 설렘, 때로는 불안과 공포. 하지만 지금은 후회와 그리움, 추억. 이 뿐이다. 내가 지금 정체되어 있는 것을 안다. 전역 후 별다른 일 없이 집에 머무르며 공부나 끄적끄적, 블로그에 글 몇개 남기는 게 다인 요즘 생활에서는 당연히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이다. 이제 다음달 말이면 학교에 간다. 그래도 다시 학교에 가고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서서히 잊혀져 가겠지. 지금은 인생에 다신..
지금 나의 신분, 건강상태, 평판... 들은 언제든, 당장 내일이든 바뀔 수 있다는 것 오늘은 평범했던 내가 당장 내일 범죄자가 될 수 있고 당장 내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당장 내일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다만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뇌근육에 힘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자.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지, 범법행위가 되지는 않는지 수 없이 검열하고 고쳐 나갈 것. 평범하게 살고 싶다면 그에 대한 책임과 노력을 다 할 것. 만에 하나 죄를 저질렀을 때에도 피하지 않고 죗값을 정당히 치를 것. 피해자가 이제 됬다고 할 때까지 사죄하는 노력을 보일 것. 평생 마음에 담아 두며 자책할 것.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2020.7.10 작..
일단 나는, 무종교이다. 어렸을 때 부터 믿음 부족했던 탓일까? 신이라는 존재를 믿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그저 선물 줄테니까 따라와 봐! 라던가 여름성경학교 오면 신나게 놀 수 있어 등등 재밌을 것 같아서 누나 따라 몇번 다녀 온 게 전부다. 군대 있을 땐 싸이버거 준다길래... 그 뒤로 쭉 관심을 끄고 살다가 동성애 등 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종교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기독교를 비롯해 이슬람교 등의 종교에서는 동성애를 죄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친구에게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 했다 강경한 설교를 듣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나 또한 종교에 대해 혐오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누구나 사랑하신다면서, 왜 거기..
https://v.kakao.com/v/20200708175928461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경향신문] 01년생 아르바이트 노동자 박경석, 정규직 교사 청년 김석현, 대학원생이자 취업준비생 조은별, 콜센터 상담원 이세은, 막 수습기간이 끝난 노무사 은성, 초단시간 노동자 최승비, 95�� v.kakao.com 좋은 이야기를 써 주셨다. 많은 언론들이 이번 인국공 사태를 ‘청년들의 분노’ 라는 식으로 프레이밍해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편향된 일반화의 오류다. 기사를 쭉 읽어 보았고,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과대대표 되었고, 이와는 다른 목소리를 가진 청년들의 목소리는 소리없이 묻혔다. 이들은 말한다. 비난 받아야 할 것은 인..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그리고 최악의 성범죄자인 손정우의 미국 송환이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불허된 것 입니다. 미국에 송환되지 않고 한국에서 받은 판결이 겨우, 1년 6개월입니다. 계란 한판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의 형량이 1년 8개월입니다. 대한민국 남성의 군 복무 기간이 1년 6개월입니다. 굳이 미국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도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자신하더니, 2년이 채 안되는 짧은 형량을 선고한 것 입니다. 손정우는 일반인의 접근이 매우 어려운 다크 웹이라는 공간에서 ‘웰컴 투 비디오’ 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아동 성착취물을 배포했습니다. 그 곳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린, 걷지도 못하는 갓난아기마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손..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고1이였고, 수요일이였던 고로 그 날도 어김없이 학교에 갔다. 유난히 평화로웠다. 학교에 오니 나 혼자였고,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 보던 기억까지. 2교시 한국사 수업 시간이였을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쉬는 시간에 불쑥 찾아와 수업준비를 하고 시작종이 치자마자 정시에 수업을 시작하시던 선생님이셨는데, 그 날따라 유독 늦으시는 거다. 수업 종이 친 뒤 조금 늦게 들어오신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온 뒤로도 한참을 휴대폰만 보고 계셨다. 길지 않은 침묵이 끝나고 그 선생님은 우리에게 모든 걸 말씀해 주셨다. 지금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라는 배가 한대 침몰하고 있고, 지금 구조작업 중이라고. 의아했다. 겨우 배 한척 침몰한다고 수업까지 늦을 일인가? 해경이 알아서 잘 구조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