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74)
아르카디아
2018년 6월, 군입대를 하기 위해 휴학을 한지 2년 2개월이 흘렀다. 휴학을 할 때만 해도 복학은 머나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그래도 흐르긴 하나보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에 갔고,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휴학신청을 했다. 고깃집에서 종강파티도 했다. 그 해 8월엔 입대를 했고, 598일이 흘러 전역을 했다. 전역 뒤론 푹 쉬었다. 군대에서 쉬지 못했던 것에 대해 보상을 받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게는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가방을 메고, 전철을 타고 학교에 가 교수님,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보며 수업을 받는 게 당연하던 시대에서, 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캠을 통해 화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게 당연한 시대로. 분명히, 새로운 시대가 도..
오늘 오후 5시, 아베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질병과 치료로 체력이 완전하지 못한 고통 속에서 중대한 정치적 판단을 잘못해서 결과를 내지 못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며 사임을 선언했다. 2012년 12월부터 7년 8개월간 이어져 온 무소불위의 아베정권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언론에선 갑작스런 소식이라며 보도했지만, 뉴스를 조금이라도 관심 깊게 보았다면 아베 총리의 사임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6월부터 언론과의 접촉을 거의 하지 않은 채 관저에서 업무를 보는 ‘칩거’ 가 시작됬고, 이 와중에 2주 사이에 병원을 두번씩이나 방문하는 등, 건강에 이상이 생긴 듯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언론에서는 ‘건강이상설’ 이 떠돌기 시작했고, 이윽고 ‘사임설’ ..
내 나이 스물셋... 이제 어리다고도 말하기 부끄러울 나이..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서 자꾸 나를 괴롭히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여자친구 있어? -애인은 언제 만날거야? -장가가도 되겠어~ -왜 안만나는 거야? 블로그니까 이 정도지 실제로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는다. 그렇다. 나는 23년동안 단 한번도 여자친구를 만난 적이 없는 ‘모태솔로’ 다. 내가 모태솔로라는 사실을 부끄러워 해 본적이 없다. 그렇기에 블로그에 내 의견을 밝히는 거고. 하지만 나이가 한살한살 늘어 갈수록, 정작 나는 괜찮은데 주위에서 걱정어린 시선을 주는 게 심히 부담스럽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모태솔로라고 해서 사회가 주는 걱정어린 시선, 모종의 편견들이 더 견디기가 힘들다. 지금 이 상태가 좋다. 오로지 나를 위해 돈을..
오늘부터 복학 신청이 가능해 인터넷으로 신청했다. 잊고 있었던 내 학번, 과목들, 그리고 교수님의 성함 등, 잊혀져 있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올라와 학교에 갈 날이 머지않았단 것이 실감이 난다. 개강은 8월 31일이다. 2년 2개월만에 하는 등교인데, 다행히 학교 가는 길은 머릿속에 남아있다. 입대 전 1년 반동안 거의 매일 통학을 하면서, 그것만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중고등학교때는 개학이나, 새로운 반으로 이동 할 때 마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 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 이런 상황을 맞으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무던하다. 군대에서, 입대라는 불안, 설렘. 그리고 자대 배치는 어떻게 받을 지, 어떤 사람이 있을지, ..
올해 1월이였다... 코로나가 한국에 상륙하기 전. 나는 전역만을 기다리던 말년 병장이였고, 꿈에 그리던 전역은 두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였다. 군생활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뭘 할지 전해놨는데, 그 1순위는 바로 여행이였다. 머릿속에 어디 갈지 순위까지 정해놨었는데, 때마침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두 흐지부지 됬다. 아니, 처음엔 몇달 안갈 줄 알았다. 3월쯤이면 가라앉겠지~ 했다. 다, 착각이였다. 첫번째 후보,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어릴 때 부터 항상 지도를 볼 때마다, 한국 윗쪽으로 나 있는 거대한 땅, 러시아에 흥미를 많이 느꼈다. 저 거대한 땅에는 무엇이 있으며, 사람은 어떻게 살고, 날씨는 어떻고... 조금 자라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라는 존재를 알게 됬고, 그것에 타 보는 걸 소원으로 삼았다...
요즘 정치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정부 여당의 실책과 윤리적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정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사그러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4년전의 일이다. 어떠한 실책과 잘못을 저질러도 굳건한 지지를 잃지 않던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2당으로 전락하고, 그 누구도 이길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서는 모습을 보고 무언의 희열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해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정치적으로 어두운 사건이였지만, 나에게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국민이 기득권 세력을 끌어 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사건이였다. 이듬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됬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세상이 바뀔 줄 알았..
https://v.kakao.com/v/20200813103324344 기안84의 끝없는 여성혐오 생산, 그리고 방관자들 [이예은의 안테나]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만화는 만화로만." 창작의 자유라는 대단한 비호 아래 결국 여기까지 왔다. 언제까지 무지와 뻔뻔함이 철없는 순수함으로 포장되어야 하나. 웹툰작가 기안84가 또 도 v.kakao.com 그가 연재중인 ‘복학왕’ 이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복학왕’ 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봉지은은 무능하지만 대기업 인턴에 떡하니 붙었다. 비결은 애교, 조개구이 깨부수기, 40살 팀장과의 열애, 성상납 등이다. 능력 없는 여성이 20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남성과 연애를 통해 회사에 들어 갔다는 표현 등은 기안84가 여성을 어떠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잘..